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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산업

석유이야기

1) 석유산업 환경변화와 대응

① 자유화•개방화

지난 1997년 정부는 석유산업에 대한 핵심적 규제였던 가격, 신규진입, 설비, 수출입, 유통경로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거나 폐지하고, 국내 석유시장의 자유화 및 대외개방 정책을 채택하였다. 당시의 국내 정유산업은 외환위기라는 위기 속에서 자유화, 개방화라는 산업정책의 변화를 맞아 극심한 구조조정을 겪었다. 당시에 국내의 5개 정유회사 중 3개 회사가 경영권이 바뀌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러한 도전과 대응은 다른 한편으로는 정유산업의 발전 기회로 작용하였다. 석유시장의 개방과 석유산업 자유화 조치가 가져온 산업환경의 변화를 보면 첫째, 석유제품 수입자유화 조치로 인해 ‘석유제품 수입’이라는 외부경쟁 요인이 더해져 시장의 경쟁을 확대시켰고, 둘째, 시장경쟁의 확대는 석유산업의 구조조정 및 경쟁력 향상 노력을 가져왔으며, 셋째, 그때까지 정유산업이 내수산업이라는 소극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고수익을 창출하는 수출전략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고, 넷째, 전국적으로 주유소 숫자가 증가함에 따라 국내 유통시장의 경쟁이 촉진되어 소비자의 선택 기회가 확대된 것 등이다.





② 정유산업의 경쟁력

□ 수출산업으로 탈바꿈

우리나라는 2018년 말 현재 정유회사 기준 5개 정유공장에서 하루 3,204천 배럴의 석유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정제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세계 6위의 정제능력 수준이다. 또한, 단위 공장당 정제시설 규모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와 같은 대규모 정제시설은 규모의 경제를 가능케 함으로써 국제 경쟁력 측면에서도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정유산업은 이미 1980년대부터 임가공 수출과 국제벙커링을 통하여 석유제품을 수출해 왔다. 200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경질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내 정유산업은 고도화 설비 즉2차 정제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제품 수출시장을 전세계로 확대시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2년에는 석유제품 수출액이 크게 늘어나 562억 달러를 기록하며 수출품목 1위를 차지한 바 있으며, 2018년에는 467억 달러로 우리나라 석유제품 총생산량의 50%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이처럼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석유산업이 수출산업으로 탈바꿈한 데에는 내수 침체와 국내시장의 공급과잉 상황에서도 수출시장 확대를 통해 신규 수요를 창출한 정유산업의 경영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 고도화 시설 투자

수출증대는 수출이윤 확대와 함께 정유회사의 수익성을 호전시키는데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원유 정제 또는 석유제품 수출을 통하여 거두는 수익은 정제마진과 크랙마진(Crack Margin)으로 구성된다. 정제마진은 원유와 원유를 정제하여 생산된 석유제품간의 가격차이를 말하며, 크랙마진은 중질유와 경질유의 가격차이, 즉 벙커C유를 크래킹(Cracking : 중질유분해)하여 생산된 경질유와의 가격차이이다. 일반적으로 원유를 정제하여 얻어지는 단순 정제마진은 그다지 높지 않은 수준이고 시장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마이너스를 보일 때도 있다. 그 이유는 원유를 단순 정제하면 벙커C유가 40~50% 생산되는데 전 세계적으로 환경이 중요시되는 상황에서 벙커C유는 수요도 부족하거니와 국제가격이 원유가격을 훨씬 밑돌기 때문이다. 또한 나프타도 원유가격을 밑돌기도 하는데 일시적인 수급불균형 때문이라고는 해도 생산비율이 약 20%에 달하여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반면 크랙마진은 시장상황에 따라서는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다. 원유가격을 밑도는 벙커C유를 2차로 정제하여 경질유로 만들어 판매한다면 수익이 늘어나며, 경질유 제품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라면 그 수익성은 더욱 커진다. 최근의 국제 석유제품시장 추세를 살펴보면 단순 정제마진은 낮아지고 크랙마진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경질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시장상황에서는 고도화 시설의 비율이 높으면 2차 정제를 통한 수익의 규모가 더 커진다.

향후에도 경질유와 중질유 간의 가격 차이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가스, 발전, 산업 부문 연료가 LNG로 대체됨에 따라 B-C유 수요가 크게 감소하였고, 자동차 대수 증가에 따른 수송용 연료 및 석유화학 원료용인 나프타 소비는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70-80년대만 해도 세계 총 석유제품 소비의 1/3을 차지하던 B-C유 등 중질유의 비중이 최근에는 약 1/10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고도화 시설에 대한 투자는 단순정제시설의 거의 20 이상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 그러나 고도화 시설의 확충은 지속가능 및 석유제품의 안정공급을 위해서는 필요하다. 고도화 시설을 ‘지상유전’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종합에너지산업 지향

석유산업은 원유의 생산부터 석유정제를 포함하며 시야를 넓게 보면 석유를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 산업까지도 포함한다. 원유를 수입하여 정제하는 정유산업 위주로 성장해 온 결과 우리나라 정유산업은 이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러나 정유업만으로는 세계석유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원유가격의 급등 같은 유가변동의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전쟁이나 외환위기 같은 상황에서는 원활한 공급마저 담보하기 어렵다. 더구나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기후변화대응에 따른 온실가스 대책 등으로 석유류와 같은 화석연료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또한 석유의 사용이 산업과 국민들의 일상생활까지 전분야로, 이를 테면 각종 전자제품이나 섬유, 자동차 소재 등으로 소비영역이 확대되면서 그 부가가치가 더욱 커지는 것도 감안해야 할 중요한 요인이다.

석유산업에서 원유개발 및 생산, 원유정제, 석유화학의 경계를 무너뜨리려는 노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엑슨모빌, BP, 로얄더치쉘, 쉐브론 등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석유를 넘어서 대체에너지는 물론 정밀화학, 생명공학, 농업부문에 이르기까지 사업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또한 원유만 판매하던 산유국들도 정유산업과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이를 통해 부가가치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정유산업이 최근의 석유제품 수출호조 속에서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그러면 내수침체, 글로벌 시장의 경쟁 격화, 대체연료개발 등 온갖 악재 속에서 자원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국내 정유산업의 대안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원유 생산, 신기술 및 신소재 개발, 석유제품 수출 증대, 미래 에너지 선도 등으로 집약될 수 있다. 원유 생산은 이미 석유메이저와 산유국 국영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틈새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일단 개발에 성공하면 상당한 보상이 뒤따르고, 원유를 확보하는 이외에도 다른 부가수익을 올릴 수 있다. 원유가격 인상 시에는 가격상승으로 인한 수익증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넘어 신소재 사업도 정유산업이 주목하고 있는 사업분야이다. 국내 정유산업은 이미 석유화학, 윤활유 등 비정유부문 사업을 운용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종합화학이나 생명공학에 대한 투자•연구를 증대시키고 있다. 나아가 정유산업은 연료전지,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에 선도적 역할을 하며 미래에너지에 대한 비전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③ 정유산업의 수익성

국내 정유산업의 수익성은 수출과 비정유 사업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도 실적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총 매출액 114.3조 원 가운데 수출액이 57%로서 내수판매액을 넘어섰고, 3조 2천억 원의 영업이익 중 정유부문 2조 원에 대한 영업이익률은 2.0%, 비정유부분 1조2천억 원에 대한 영업이익률은8.9%로 영업이익률 면에서는 비정유부문이 높게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실적으로 볼 때, 정유부문의 매출액 비중은 높지만 영업이익률이 낮았던 반면 비정유부문의 경우 매출액 비중은 낮았지만 영업이익률에서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타산업과 비교했을 때 정유산업의 수익성은 어떠한가? 한국상장사협의회 조사기준으로 비교해보면, 아래 표에서 2013년 4개 정유회사의 통합 영업이익률은 1.1%로 분석되었는데, 이는 같은 기간 동안의 영업이익률이 삼성전자13.8%, 현대자동차 8.9%, 포스코 7.3%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여 크게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정유회사들의 고도화 설비 증설 투자와 석유화학부문의 수익성 증대 노력 등으로 2018년에는 4개 정유회사 통합 영업이익률 2.8%를 기록하였다.







세계에서 석유에 대한 우리나라의 위치는 석유소비 세계 8위, 석유수입 세계 5위, 정제능력 세계 6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정유산업의 낮은 수익성은 글로벌 자원경쟁에 나서야 하는 정유업계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적으로 석유기업의 경영여건은 더욱더 어려워져만 가고 있다. 점점 더 거대화되어 가는 석유메이저와 또한 막대한 오일머니를 보유하고 있는 산유국 국영기업들과 자원확보 경쟁을 해야 하고, 더욱 엄격해지는 환경기준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환경시설 투자도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