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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산업

석유이야기

지나간 20세기는 ‘석유의 시대’였다. 인류는 석유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덕분에 지난 한 세기 동안 놀라운 문명의 발전을 이룩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66억이 넘는 사람들이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먹을 것이 넘쳐 나서 비만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고, 누구나 깨끗한 환경에서 살면서 첨단 보건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것도 놀라운 변화였다. 물론 아직도 굶주림, 질병, 차별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수가 적지 않지만 인류의 전반적인 삶의 질이 놀라운 수준으로 향상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60년 동안 우리의 인구도 2배로 늘어났고, 평균수명도 무려 30년이나 늘어나 2015년 기준으로 82세를 기록했다. 1960년에 79달러에 불과하던 1인당 국민소득이 이제는 3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제 우리의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에 육박하고 있다. 우리의 에너지 소비도 놀라운 수준으로 늘어났다. 오늘날 우리 국민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평균의 2배에 이르러서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1970년대 초부터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한 정유산업이 튼튼한 기반이 되어 주었다. 우리 국토에서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유산업의 규모는 세계 6위에 이르렀다.

그런데 새로운 신재생에너지는 왜 부각되고 있는 것인가? 이는 에너지를 바라보는 패러다임(Paradigm)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원유가격의 상승이 대체에너지 개발을 유도했다. 1970년대의 오일 쇼크나, 2008년, 2012년 고유가 상황에서 이미 경험했듯이, 원유가격의 상승은 각국 경제에 견디기 어려운 부담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원유가격은 단순 예측이 불가능하며, 수급, 투기, 정치적 요인 등 복잡한 요인에 따라 변동해 헤지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원유가 언젠가는 고갈될 수밖에 없는 유한 자원이라는 것이다. 더욱 높은 수준의 기술 개발로 고갈 시기를 늦추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언젠가는 고갈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세계 각국이 석유에서 벗어나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온실가스의 위협과 미세먼지 심각화, 지진의 공포 등에 따라 에너지에 대해서도 안전•환경성 측면이 요구되고 있다. 예전의 에너지 공급정책이 경제성 있는 연료를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친환경적이고 안전하게 공급하는 것으로 글로벌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구 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의 주성분인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는 지난 한 세기 동안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물론 최근에 기후 변화의 원인으로 이산화탄소와의 연관성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산화탄소의 대량 배출이 어떤 방식으로든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분명하다. 1997년에 채택된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배출에 의한 지구온난화를 막아보려는 국제적 노력의 결과였다.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기후 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1988년부터 ‘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를 구성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우리가 그런 기술력과 경제적 여유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절박하게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그런 능력과 여유가 없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겠다는 시도는 무모한 도전이고, 불필요한 낭비가 될 수밖에 없다. 비록 지금은 어렵더라도 그런 기술력과 경제력을 갖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 신재생 에너지 개발, 과연 가능할까?

인류가 불을 사용한 것은 50만 년 전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은 낙엽이나 장작처럼 쉽게 얻을 수 있는 임산 연료를 사용했을 것이다. 많은 양의 열을 내고, 쉽게 연소되는 숯과 같은 고급 연료를 사용하게 된 것은 신석기 시대 말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 이후에 인류가 새로 찾아낸 연료가 바로 석탄이었다. 우리가 석탄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부터였으며 이는 불과 300년 전이다. 석탄을 채굴해서 운반하고, 연소시키는 기술을 개발해야 했기 때문이다. 원유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부터였고, 천연가스는 20세기 중엽부터 안전한 활용이 가능했다. 결국 새로운 연료 또는 에너지원을 찾아내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님을 함축한다.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이 기술적으로 그만큼 어려운 과제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을 포기할 수는 없다. 현대 사회에서 에너지를 포기하는 것은 삶 자체를 포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의 낭비를 줄이고 효율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기술 개발이 중요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해서 실용화하기까지 우리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에너지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버려야 한다. 지구상에서 우리의 존재 자체가 환경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고, 그런 현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만 위험하고 불안정한 자연에서 우리의 생존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가 있다.



2) 신재생 에너지, 어떤 것이 있나?

①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 태양•풍력•해양 에너지

자연에서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햇빛, 바람, 바닷물, 지열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된다. 대부분은 우리가 활용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자연 현상을 이용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지구상의 모든 자연 현상은 태양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무한정의 에너지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 에너지를 기술적으로 변형해서 우리가 필요한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가장 바람직한 에너지 활용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고갈의 위험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자연 현상을 충분히 이용하기 위해서는 자연 환경이 적절해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예를 들어서, 우리의 경우에 지열을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다.



②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 바이오에너지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의 개발도 중요하다. 대표적인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은 생물자원과 폐기물이다. 녹색식물을 이용한 생물자원을 에너지로 활용하게 되면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대부분은 녹색식물의 생장과정에서 다시 흡수된다는 뜻에서 생물자원을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생물자원을 경작하는 과정과 활용할 수 있는 연료의 형태로 변환시키는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는 우리가 따로 부담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생활이나 산업 활동 과정에서 어쩔 수없이 만들어지는 폐기물을 활용하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재생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③ 새로운 에너지원… 수소에너지•핵융합

최근에는 수소 에너지도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수소는 우주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원소로 우주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원소다. 지구에도 엄청난 양의 수소가 존재한다. 다만 지구에 남아 있는 거의 모든 수소는 산소, 탄소, 질소를 비롯한 다양한 원소들과 단단한 화학결합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그런 화합물로부터 수소를 분리시켜서 대기 중의 산소와 다시 결합시키는 화학적 변환을 이용하면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아직 가능성이 분명하게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핵융합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한다. 지금까지 파악된 지속 가능하거나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은 모두 상당한 수준의 단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핵융합의 상용화는 성공할 수만 있다면 지금까지 인류가 활용해왔던 어떤 에너지보다도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1980년대부터 핵융합로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를 수행해왔고, 2007년에는 순수한 우리 기술로 초전도 자석을 이용한 플라즈마 생성장치(KSTAR)를 완성했고, 2006년에는 핵융합을 이용한 상업용 발전을 추구하기 위한 국제 컨소시엄(ITER)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